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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바쁨 속에서 잊고 살았던 '언젠가 찾아올 끝'에 대하여
치열하게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문득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하는 허무함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하루하루 눈앞에 놓인 성과와 과제들을 처리해 내기에 급급하다 보니, 정작 내 삶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조차 잊은 채 톱니바퀴처럼 살아가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하죠.
그러던 중 오랫동안 서가 한구석에 두었던 김지수 기자의 인터뷰집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암 투병 중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지성의 끈을 놓지 않았던 시대의 스승, 故 이어령 선생이 죽음을 앞두고 던진 질문들은 당장 눈앞의 조급함에 갇혀 있던 제 마음에 커다란 울림을 주었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직결되어 있다는 진리를 비로소 깨닫게 된 여정이었습니다.
타인의 답안지를 베끼는 삶에서 나만의 '자기 것'을 찾는 여정
책을 읽으며 가장 가슴 깊이 파고들었던 문장은 "남의 답안지를 써서 100점을 받는 것보다, 내 답안지로 50점을 받는 것이 진짜 삶"이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저 역시 세상이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이나 남들의 속도에 쫓겨 나만의 개성과 목소리를 스스로 지워왔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길을 성실히 따라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믿었지만, 그 끝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나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쓸쓸함이었습니다.
선생은 인간이 가진 최고의 가치는 남과 비교하는 ‘경쟁’이 아니라, 오직 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독창성(Originality)’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블로그를 가꾸고 나만의 생각과 지식을 세상에 내놓는 이 시간 역시 단순히 타인의 글을 복사해 나열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깊이 체감했습니다. 비록 서툴고 느릴지라도, 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내 언어로 기록을 남기는 것만이 진정한 내 자산이 된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내 것'이라 믿었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시간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소유하려고 애씁니다. 돈, 명예, 통장 잔고, 그리고 직함까지… 더 많이 쥐어야만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어령 선생은 죽음이라는 거대한 사건 앞에서 우리가 움켜쥐었던 모든 것은 결국 잠시 빌려 쓴 '공적 자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일깨워줍니다.
"모든 것이 선물이었다"라는 선생의 마지막 고백을 읽을 때 마음 한구석이 아릿해졌습니다. 내가 잘나서 이뤄낸 줄 알았던 성과들도, 매일 숨 쉬며 누리는 이 아침과 건강조차도 사실은 온전히 주어진 감사한 선물이었다는 것을 잊고 살았던 것이죠. 소유하려는 집착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일상의 소소한 기쁨과 타인을 향한 다정한 시선이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마치며: 창백한 푸른 점 위에서 오늘을 다정하게 살아내는 법
이 책을 덮고 창밖을 바라보았을 때, 매일 똑같아 보이던 풍경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나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이전보다 훨씬 더 귀하고 다정하게 느껴졌습니다. 죽음이라는 냉정한 거울을 마주할 때야 비로소 오늘이라는 하루가 얼마나 밀도 높고 소중한 순간인지 명확해집니다.
앞으로 나아갈 길에서 또다시 조급함이나 타인과의 비교로 흔들릴 때마다 이 책에서 얻은 지혜를 떠올리고자 합니다. 남의 답을 베끼는 삶이 아닌 나만의 가치를 다져나가는 삶, 그리고 주어진 오늘 하루를 겸손하고 충실하게 가꿔나가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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